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 승자의 협상법’ 4강 ‘배트나를 확보하라’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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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은 비즈니스의 성공과 직결된다. 우리는 매일같이 협상을 하고 상대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협상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다. 그동안 본능과 경험에 의존해온 협상을 체계적인 원칙과 실전 사례로 접근해 나도 상대방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승자의 협상법을 전략적 협상가의 견지에서 분석한다.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다. 한국 정부와 강제징용 배상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일본이 협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일종의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이다. 대안이 없었던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반도체 기업과 정부는 갑작스런 규제 통보에 패닉에 빠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해결책 마련을 위해 곧장 일본으로 건너갈 정도였다.

당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이유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협상학 관점에서 일본은 협상결렬의 대안인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를 잘 활용했고, 반면 한국 정부와 기업은 배트나가 없었던 것이다.

2019년 당시 일본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을 규제했다. 이 세 가지는 반도체의 세정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데, 글로벌 시장의 9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 외에 딱히 소재를 구할 곳이 없었다. 배트나가 없던 상황으로, 이를 노린 일본 정부에 외통수를 맞게 된다.

프랑스 유통기업 까르푸의 한국시장 철수 전략에도 배트나가 잘 드러난다. 까르푸 글로벌은 내부적으로 2005년께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이내 이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철수를 위해 까르푸가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역설적이게도 신규 매장 열어 몸집을 키우는 것이었다. 당시 27개 점포를 운영하던 까르푸는 1년 안에 매장 5개를 신규 오픈했고, 이어 2008년까지 총 15개 매장을 더 열겠다고 공언했다.까르푸가 이처럼 매장을 확장한 건 배트나를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까르푸 글로벌은 당시 한국시장 2위이던 롯데마트에 매각을 타진하기 위해 매장을 늘렸다. 롯데마트 입장에서 까르푸한국을 인수하면 1위 이마트를 넘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몸집을 키운 것이다. 당연히 매장이 늘면서 1위인 이마트와 3위인 홈에버에도 까르푸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됐다. 처음에는 롯데마트가 공격적으로 까르푸 인수에 뛰어들었다. 협상이 잘 진행되는 듯 보였지만, 실사 과정에서 롯데는 변심을 하게 된다. 까르푸는 롯데와 협상 중에 배트나로 삼기 위해 이마트와도 협상을 진행했다. 이에 롯데와 협상이 결렬된 이후 까르푸는 자연스럽게 이마트와 매각 협상을 시작했다. 결국 이마트는 까르푸와 월마트를 저울질해서 월마트를 인수한다. 까르푸는 롯데·이마트에 퇴짜를 맞고 홈에버에 인수된다. 까르푸 사례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배트나 확보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배트나라는 협상의 기술을 이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기술이 재작년 이루어진 일본 경제 제재에서도 사용되었을 줄은 몰랐다. 이 기술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큰 경제적 격차를 불러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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