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 https://news.v.daum.net/v/20210304130601005

‘배가 고파서 라면을 먹으려다가 불이 났다’라는 표현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열쇠였다. 그러나 경찰이 발표한 화재 원인은 라면이 아니라 불장난이었다. 형이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둔 상태에서 휴지를 가까이 갖다대는 놀이를 했고 그 불씨가 큰불로 이어진 것이다. 첫 보도는 <연합뉴스>가 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2020년 9월 14일 발생했고 <연합뉴스>는 9월 15일 오전에 ‘부모 부재중에 어린 형제끼리 음식 조리하다 불… 화상 입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제목과 내용에는 ‘라면’이라는 표현이 없었다. 이후 <경인일보>가 ‘[단독] 라면 끓이던 형제 ‘날벼락’ 코로나 시대의 비극’이라는 기사를 온라인에 업로드하고 9월 16일 자 1면 머리기사로 주요하게 보도했다. 제목과 본문에서 모두 라면이 언급된 최초의 기사이다. 

라면이 어디서 불쑥 튀어나왔을까? <미디어오늘>은 2020년 12월 11일 ‘라면형제 화재사건, 경찰 발표 후 오보 논란 왜?’에서 ‘라면’의 출처가 소방 당국이라고 했다. 실제 <경인일보> 첫 보도에서는 “소방당국은 아이들이 라면을 끓이던 중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문준규 인천미추홀경찰서 형사과장은 인터뷰에서 “경찰에서 라면 끓이다가 불난 거 아니라고 처음부터 이야기했는데 언론에서 라면이라고 이야기했잖아요”라고 따지듯 말한다. 기자는 “그럼 처음에 라면 이야기는 어디에서 나온 건가요?”라고 물었고, 형사과장은 “그건 모르죠. 언론에서 만들었죠.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라고 답했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화재 진압을 했던 소방당국이 가스레인지 부근에서 불이 났다고 말했고 음식 조리 중에 화재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어떤 단정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경인일보>만 탓하면 되는 걸까? <경인일보> 보도 이후 모든 언론이 이 사건을 ‘라면 형제 사건’으로 명명했다. 그 어떤 언론도 라면이 아니었다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이나 규모, 종합지·특수지 등 구분 없이 많은 언론이 ‘라면’을 확인 없이 받아썼다.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서 아이들이 라면을 끓이려다가 불이 났는지, 불장난을 하다가 불이 났는지를 따지는 건 핵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언론은 이번 사건을 두고 사회 안전망이 부재하고 아동방임 및 학대에 대한 대응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언론은 동시에 형제의 엄마를 탓하고 아이들의 비참함을 부각하느라 바빴다. 아이들과 함께 있지 않았던 엄마, 며칠씩 집을 비우고 아이들을 방임한 엄마, 이미 여러 차례 아동학대로 신고받은 엄마,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엄마. 

무엇보다 ‘라면형제’ 같은 표현을 고민해야 한다. 모든 여성이 사치를 일삼는다는 ‘김치녀’라는 표현, 모든 엄마들이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다는 ‘맘충’이라는 표현이 문제적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 행위와 그의 사회적 소수자성을 결합시키는 건 혐오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 ‘라면형제’나 ‘내복아이’에 대해서 둔감했다. 뭐든지 단정적으로 줄여서 표현하는 것이 관행이 돼버린 분위기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모든 아이를 부정적인 행태로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린이와 관련된 사건의 특징을 부각한 것이므로 혐오표현이 아니라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