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형 이유 - YES24

어떤 양형 이유 / 박주영 / 김영사

 ‘판사는 어떤 생각을 하며 판결을 내릴까?’ 여러 재판 영상들을 보며 드는 공통적인 나의 생각이었다. 그 법관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차가운 사람일까, 아니라면 마음 속에 따뜻함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까? <어떤 양형 이유>는 판결과 판사 본인, 그 사이 공백에 있는 문학을 잘 드러냈다. 

 책의 저자인 박주영 판사는 변호사 출신의 판사이다. 책을 다 읽은 후 그가 남긴 인터뷰가 궁금하여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그가 굳이 판사로서의 진짜 모습과 생활인으로서의 본인 이야기를 다 꺼낸 이유는, 판사에 대한 신비주의나 엄숙주의를 깨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현직 판사가 에세이도 쓰고, 문학도 쓰지만 여전히 한국 국민들은 판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 재판 절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는 이러한 편견들을 이 책을 통해 부수고 싶어 보였던 것 같았다.

 ‘법정은 모든 아름다운 구축물을 해체하는 곳이다. 형사사건에서는 한 인간의 자유를 지지해준 법적 근거마저 해체시킨다. 재산을 나누고, 아이도 나눈다. 사랑의 잔해를 뒤적이고 수습하다 보면 법정이 도축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법관은 굳어버린 사랑을 발라낸 다음 가정을 이분도체, 사분도체로 잘라내고 무두질한다. 법은 날카롭게 벼린 칼이고, 법관은 발골사다.’

 이 문장이 내게 가장 와닿았다. 이 문장이 법대에 선 판사 본인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것 같았다. 평생 법정에 설 일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가 법정에 서게 된다면 저 문장부터 떠오를 것 같다. 내가 만나게 되는 판사는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사람일지,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일지 궁금하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며 문장을 써내려갔을 저자의 모습이 상상된다. 판사 자신을 달래기 힘들 정도로 그에게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계속해서 닥칠 것이고,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을 해내야 한다. 판사는 권위를 대리하며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모든 판사들의 ‘어떤 양형 이유’가 세상에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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